2014년 1월 31일 금요일

[횻쏭] 마네킹이어도 괜찮아





















 안녕하세요. 저는 SJ-406 #01 이라고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유명 패션 브랜드 '티파니' 의 본점 쇼윈도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입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거예요. 네. 맞아요. 저는 마네킹이랍니다. 하지만 다른 마네킹 친구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카메라 렌즈가 달린 인공 안구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고 조금씩이지만 움직일 수 있는 동력 관절 들이 있어서 방향을 제한적이지만 고쳐 잡을 수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제 입가에는 화사하게 웃을 수 있는 인공 근육이 있답니다. 사람들은 다들 제 미소가 너무 예쁘다고 말해줘요. 이건 정말로 제 자랑거리 중 하나라구요.


 그런데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여느 때와 같이 쇼윈도 앞을 지나는 사람을 포착해 몸을 틀어 한껏 예쁘게 웃어주었는데 이 여자는 그런 저를 본 후로 벌써 30분이 넘도록 제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어요. 인공근육은 지치는 법이 없어 웃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자꾸만 불편해 집니다. 뭘까요, 이 반응은? 제가 이 쇼윈도에 장식되고 보름이 넘는 시간동안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단 한 명도 말이에요. 저의 부족한 메모리 베이스에 저장된 한정된 자료들로는 어떤 것도 분석할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제 본분에 맞게 인내심을 가지고 최대한 밝은 미소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어쩐지 이러고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버리면 시스템이 오류투성이가 되어 버릴 것 만 같아요.


 그 때 여자의 입가가 달싹 거리려 하는 움직임이 보였어요. 믿기지 않겠지만 제 저가형 렌즈의 처참한 해상도 안에서 그것이 포착 되었다니까요. 제가 도대체 얼마나 이 여자에 집중하고 있던 건지...


 "너한테 내가 만든 옷을 입혀 주고 싶어!"


 무척이나 열기에 띈 홍조빚 얼굴로 절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에 전 한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 물론 원래 말은 못 하지만요. 그런데 지금 이 분이 뭐라고 한 거죠? 네...? 뭐라는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아무튼 그 또랑또랑한 반짝이는 시선만은 제 손톱만한 AI 칩에도 속속들이 파고들어 어쩐지 자꾸만 회로 어딘가가 간지럽게만 만드는 것 이었습니다.


 과부하라도 걸렸는지 열기가 타올라 얼굴이 화끈화끈 거려요.

 전...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 까요....?




마네킹이어도 괜찮아
                                                                    by. 녀놘



 "이번 시즌에 최고 핫한 의상이야. 지은이한테 입혀놔."


 점장님의 말에 따라 매장 언니들이 저에게 또 새로운 의상을 입혀 주시기 시작했어요. 아, 지은이요? 그게 제 애칭이에요. '송지은'. 정말로 사람 같이 생겨서인지 매장언니들도 저를 그냥 막 부르기는 싫었나 봐요. 게다가 부끄럽지만 저는 우리 매장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메인 마네킹 모델인지라 직원 분들로부터 애정도 듬뿍 담뿍 받고 있답니다. 입은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았던 옷을 갈아 입혀지며 저는 자꾸만 제 인공 관절을 움직여 몸을 돌렸어요.


 "어머, 얘가 왜 이래? 왜 자꾸 몸이 돌아가지?"


 그... 그렇지만 언니, 저기 저 사람 오늘도 또 와서 보고 있단 말이에요! 도대체 언제부터 와 서 있었던 건지 오늘도 쇼윈도 앞을 지키고 서 있는 저 여자. 그런데 왜 표정이 그렇게 불손한 거예요!!


 간신히 의상이 갈아입혀지고서 언제나와 같이 쇼윈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선 저는 물론 제 단순한 AI 칩이 구현할 순 없었을 테지만 조금 뾰로통해진 맘으로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녀를 향해 조금 허리를 굽혀 눈을 마주친 채 빙그레 웃어주었습니다. 그래요. 이게 언젠가부터 그녀와 나의 일상이 되어 버렸네요. 그 때 그녀와의 첫 만남이후 그녀는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저를 만나러 와 주었어요. 짧게 든 길게 든 언제나 제 웃는 얼굴을 보며 마주 환하게 웃던 그녀는 이런저런 자기 일상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다가 돌아가곤 해요. 어쩐지 마네킹인 저에게도 친구가 생겼다는 주제넘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녀와의 일방적인 대화들로 그녀에 대해 알게 된 것들도 이제 제법 많아 졌어요. 그녀가 패션디자인과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것과 수업을 듣기 위해 가는 길에 언제나 저에게 먼저 달려와서 저와 한참이나 즐겁게 대화하다 간다는 것 말이에요. 그리고 그녀는 참 꿈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제게 항상 얘기 하죠. 물론 그녀가 내게 입히고 싶다며 가끔씩 보여주는 그녀의 스케치 의상들은 한참 난감한 복장들이 많긴 하지만요. 정말로 그녀가 유명해져서 제게 그 의상들을 입히면 어쩌나 전 요새 가끔씩 고민에 빠지고 있답니다.


 그리고 말이에요.... 그녀는 참 웃는 모습이 예뻐요. 좀 여자가 칠칠맞게 웃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 기분 좋게 드러나는 잇몸이라던가 둥그렇게 휘는 눈동자가 전 보기 좋아요. 봐요. 지금도 저렇게 저를 보며 신나게 웃고 이야기 하고 있잖아요. 그녀의 이름도 알아요. '전효성' 이게 그녀의 이름이에요.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가슴에 간직하고픈 소중한 이름이랍니다.


 "그래서 이번에 꼭 이 콘테스트에서 합격 하고 싶어!"


 그녀는 오늘도 제게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요. 아마도 정말로 중요한 콘테스트인 듯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진지해 보여요. 그녀의 꿈과도 직결된 것 인가 봅니다. 그녀의 웃고 있는 눈매 안쪽에 빛나고 있는 그 열정이 하루 종일 꼼짝도 할 수 없는 제게는 너무나 역동적으로 느껴져서 저도 당장이라도 이 스탠드를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갈 수만 있을 것 만 같았어요. 저는 어떻게든 힘내라는 제 마음을 표현해주고 싶어서 프로그램 된 규격의 웃음보다도 더 환하게 웃어주려 움직일 리 없는 인공근육을 달싹거리기만 했습니다. 제가 너무 한심하네요. 전 어째서 이렇게 웃어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없는 걸까요?


 "고마워. 그럼 내일 또 봐!"


 밝게 손을 흔들며 멀어져가는 그녀. 저는 한참동안이나 굽혔던 허리를 그제야 펴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저와 헤어질 때 저렇게 인사해요. 도대체 그녀는 뭐가 고맙다는 걸까요? 전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는 마네킹일 뿐인데요.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전 몇 년이 되었든지 간에 이 자리 이 곳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낡아 버려지기 만을 기다리는 화려한 장식품이었을 거예요. 그녀가 매일 제게 웃어주기에, 그녀가 항상 내게 말을 건네주기에 전 다른 마네킹들보다 조금 특별해질 수 있었어요. 그녀가 말해주는 이야기가 제가 알고 있는 세계의 전부고 그녀만이 제가 유일하게 이름을 간직하고 있는 단 하나뿐인 사람이랍니다.


 '고마운 건 저에요.... 내일 봐요!'


 바보같이 제 입술은 움직여주질 않아요. 진짜 너무너무 바보바보 같아요.



***



 최근에 그녀가 찾아오는 횟수가 조금 줄어들었어요. 아마도 저번의 그 콘테스트 준비로 정말 바쁜가 봐요. 하지만 찾아오는 날이면 여느 때보다도 더 밝게 웃어준답니다. 그녀가 하는 일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저도 기뻐요. 그녀는 제작하고 있는 의상의 스케치라던가 사진을 가끔씩 보여주기도 해요. 항상 제게 입혀주고 싶다며 보여주던 의상들과는 달리 정말로 멋진 옷이라 기대됩니다. 물론 한 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있어요. 항상 저한테는 이상한 옷들만 입혀주겠다며 보여주더니 정작 저런 옷들은 어느 마네킹에게 입혀주려고 저렇게 열심히 만드는 거라죠? 이 여자가 정말...!


 하지만 사실 저도 알고 있어요. 그녀가 저 의상을 제게 입히고 콘테스트에 나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요. 그녀가 점장님께도 사정해 봤단 사실도 알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단 사실은 제 모자란 AI도 알고 있답니다. 괜찮아요. 만약 그녀가 콘테스트에서 당선되기라도 한다면 언젠가 그녀가 저를 직접 데려갈지도 몰라요. 잠깐, 그러고 보니 그 때까지 제가 지금처럼 새것 같을 까요? 그 때가 되어서도 그녀는 여전히 나를 좋아해 줄 까요? 아아... 모르겠어요.


 "고마워, 지은아. 다음에 또 다시 올 게."


 뭐라고요? 잠시 암전이 일어난 것처럼 렌즈 속 영상이 깜깜합니다. 갈 시간이 되었는지 서운히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잠시 사고회로의 전원이 나가버린 것 같았어요. 전 렌즈 상태와 시스템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자가진단을 마치고 황급히 다시 그녀에게로 렌즈의 초점을 맞췄어요. 지은이? 설마 그녀가 제 이름을 부른 건가요?


 "송지은 이라는 이름 너무 예쁜 것 같아. 너한테 잘 어울려."


 밝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저는 멍하니 쳐다보았어요. 점장님과 얘기하며 아마도 제 이름을 들었었나 봐요. 그녀도 이제 제 이름을 아네요. 지금껏 많이 들어 본 제 이름이지만 어쩐지 그녀의 입술 사이로 나온 제 이름은 완전히 색다른 느낌이어서 제가 마치 정말로 인간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왠지 지금 이 순간만은 저와 그녀가 동등한 인간의 위치에서 서로를 마주 대할 수 있을 것 같은 덧없는 착각에 빠져듭니다.


 아... 정말 어쩔 수 없네요. 그녀가 저를 잊게 되고 버려지게 된다 해도 전 그녀를 계속해 기다리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믿어야 되려나 봐요. 하염없이.


 그 때였어요. 제 렌즈의 시야각 안에 한 인영이 아른 거리면서 사물인지 시스템이 작동한 것은. 제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색상구별 시스템이 고장 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칠흑 같은 검은 빛의 옷에 둘러싸인 작고 아담한 체구의 여성이었습니다. 효성언니의 옆에 조금 거리를 두고 나란히 선 그 여자는 쇼윈도를 통해 매장 안을 묵묵히 바라다보았어요. 약간 짙은 금빛 머릿결에 묻혀 여자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질 않았지만 그 아래 들어난 하얀 얼굴선과 침묵하고 있는 작은 입술만으로도 저는 온 몸이 침몰할 듯 무거워 졌습니다. 단지 그녀를 바라다보고만 있는 것으로도 지금껏 제가 겪어 보지 못 한 절망과 비통과 분노와 증오 따위의 온갖 숨 막히는 감정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만 같았어요.


 그것은 효성언니도 마찬가지였는지 언니는 황급히 내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빠져 나갔어요. 어서 가요! 어서! 저 멀리 사라지는 효성언니를 눈으로 쫓던 저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아직껏 쇼윈도 앞을 지키고 서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았어요. 저도 이번만큼은 쇼윈도 앞의 이 새로운 손님에게 미소지어주고 싶지 않았지만 바보 같은 시스템이 저를 움직여 허리를 굽히네요. 저는 그녀에게 한껏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에요. 어떻게 해요. 효성언니. 저 정말 무서워 죽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제가 효성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네요. 언니가 제 이름을 불러주어서 저도 드디어 용기가 생긴 걸지도 몰라요. 흑흑. 힘을 주세요. 언니.


 다행히도 검은 옷의 여자는 얼마 안 있어 다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휴. 다행이에요. 저 정말 미소 짓다가 전원이 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다구요. 마치 날개깃 같은, 마치 까마귀와도 닮은 묘한 옷을 입고 있던 여자는 연기처럼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마냥 제가 연신 언니를 마음속으로 찾으며 어디 한 구석 전원이 타들어 간 곳은 없나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는 사이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아직도 떨림이 멈추질 않아요. 물론 AI 속의 천박한 보잘것없는 떨림이겠지만...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



 어쩐 일인지 효성언니가 찾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니가 다녀간 날짜가 벌써 일주일이 넘고 있어요. 무슨 일일까요? 물론 콘테스트 준비로 바쁜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래도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왠지 홀로 버려진 것 만 같아요.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지만 전 이 쇼윈도 안에서 격리된 채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 하고 시간과 무관심에 녹슬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고독한 걸까요. 왜 이리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건가요. 전 단순한 마네킹일 뿐인데요.


 제가 얼마나 긴 시간을 홀로 비참해 하며 서 있었을까요. 문득 길가의 도로 너머 반대편에 효성언니가 보인 것 같았어요. 저는 황급히 렌즈를 돌려 언니의 모습을 찾으려 허둥대었습니다. 정말이에요! 언니가 보여요! 비록 구분할 수도 없을 만큼 조악한 원거리의 화면이지만 분명 저기 서 있는 저 사람이 효성언니가 분명해요. 하지만 왜 저렇게 숨어있는 거죠? 왜 저를 만나러 달려오지 않는 걸 까요? 어? 언니, 어디가요? 언니, 가지 마요! 돌아오란 말이에요!


 그 때, 분명 그랬을 리 없지만 제 소리가 언니에게 전해지기라도 한 듯 달아나듯 멀어지던 언니가 제게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믿기지 않네요. 하지만 어쩐 일인지 언니의 모습이 평소와는 어딘가 달라 보였습니다. 웃지도 않고 당장이라도 쓰러져 내릴 사람처럼 옷차림도 걸음걸이도 위태위태해 보여요. 언니는 내 앞에 서서 한참이나 고개를 들지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었어요. 저는 그런 언니를 위해 언제나처럼 허리를 굽혀 언니에게 미소 지어 주었습니다. 전 기다림에 익숙한 마네킹이니까요.


 한참만에야 언니는 고개를 들어 제 얼굴을 마주봐 주었어요. 언니는 울고 있었습니다. 절 보고는 급격히 더 커진 울음에 희끅희끅 거리며 어떤 말도 못 하고 그저 울기만 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은데 멍청한 몸뚱이가 움직여 주질 않아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전 알 수가 없어 그저 먹먹하기만 합니다. 제 몸 안에 흐르는 값싼 윤활유라도 렌즈 밖으로 쏟아내 같이 울어주고 싶어요. 전 어째서 웃는 것 밖에 못 하죠? 이런 바보가 또 어디 있을까요.


 시간이 흐르고, 언니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모든 것이 급격히 불행해 진 나날들이었어요. 저를 마지막으로 만난 그 날 이후부터 갑자기 콘테스트 준비를 위해 필요한 재료며 장비들이 하나씩 망가지거나 훼손되기 시작하고, 끊임없이 찾아드는 자잘한 부상들로 겁이 덜컥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대요. 손을 다치는 바람에 한동안은 작업도 못 하고, 작업에 중요한 것들도 자꾸만 쓸 수 없게 되어 버리는 매일의 연속. 무언가 불행의 안개가 자신을 꽉 감싸 안고 붙어 다니는 듯 한 압박감과 불안감에 계속해 잠도 못 자고 외부출입도 꺼린 채 고립되어 간 시간들. 그리고 결국 언니의 콘테스트 의상은 어젯밤 작업실의 화제로 함께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대요.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언니의 얼굴은 아마도 그와 동시에 언니의 꿈과 희망도 함께 사그라져 버린 채 재만 남아 버린 것 같았어요. 이런 언니가 밤새도록 방황하다 자신도 모르게 저를 찾아오고 말았나 봐요. 하지만 저를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없어 언니는 방금 전 까지 도망치고 싶었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너무나 분했어요. 이렇게 착한 사람에게, 이렇게 순수하고 희망에 달떠 있던 언니에게 어째서 그런 불행이 연속적으로 따라 다닌 걸까요. 게다가 무언가가 자꾸만 언니의 정신을 좀먹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지치고 힘든 몸과 정신으로 언니가 찾아온 사람은 한낮 보잘것없는 저 같은 마네킹이라 그것이 왠지 더 분합니다.


 "고마워 지은아. 바보 같은 내 얘기 매 번 듣고 있어줘서. 네가 항상 나에게 웃어 주어서 힘을 낼 수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네 얼굴이 보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는 이 웃기만 하는 얼굴이 지금 이리도 원망스러운데요. 언니는 제 웃음이 좋아요? 제가 언니의 웃음으로 특별해진 것처럼 언니도 저를 보며 그러했나요? 고맙다는 말이 너무 슬프게 들리네요. 언니는 이제 가려나 봐요. 하지만 어째서 제 마음이 이리도 불안한 거죠? 마치 이대로 언니가 가버리면 다시는 못 만날 것만 같아요. 어떻게 해요. 마치 언니의 중요한 무언가가 연기처럼 사그라 휘날려 간 듯 언니에겐 무의미한 빈껍데기만 남아 버린 것 같아요. 무언가 소중한 것을 놓아 버린 듯 한 느낌이에요.


 그 때, 돌아선 언니의 앞으로 도로가를 지나던 거대한 화물트럭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급커브를 틀고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사고회로가 모두 마비된 기분이었어요. 전혀 논리적이지 못 한, 제 AI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에요. 언니는 그 달려오는 화물트럭을 보고도 눈도 깜빡이지 않아요. 체념 섞인 무표정으로 그저 멍하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에요. 뭐에요 이게! 마치 언니가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마지막 불행이 피할 수 없는 속도로 덮쳐 오고 있잖아요. 이런 일이 가능한 건가요?


 어떻게 해요. 언니를 지켜주고 싶었어요. 이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불행의 먹구름 속에서 꺼내주고 싶었어요. 아니 최소한, 그래요 이번에 만이라도 정말로 웃어주고 싶어요. 이번에는 프로그램된 인공적인 웃음이 아니라 제 진심을 담아낸 웃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괜찮다고 단 한 마디라도 언니에게 제 진심이 전달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게 이런 바보 같은 인공관절이나 근육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피와 근육이 있었더라면, 제가 정말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렇게 무기력하게 언니의 꿈과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간절히 소원할게요. 제발 저를 움직이게 해주세요. 제 앞에서 이렇게 언니의 모든 것이 끝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곧 저의 모든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아요. 언니는 제 모든 것이란 말이에요. 정말, 정말 진심이에요!


 끼긱 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인공관절이 연신 신음 합니다. 프로그램된 한계치를 벗어난 움직임이 온 몸을 타고 흐릅니다.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 만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움직이지 못 한다면 저는 지금당장 부서져 버리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요. 움직이란 말이에요. 움직여 줘. 제발.


 "움직이란 말야!"


 아?! 잠시 눈앞이 밝은 빛에 휩싸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한순간에 비치고 간 끝없이 펼쳐진 노란 빛줄기 속에서 저는 무언가 정갈한 구릿빛 열쇠가 파문을 일으키며 조용히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달칵 유리문을 열었어요.


 쇼윈도가 산산이 부서지며 눈앞을 어지르며 흩날립니다. 반짝 거리는 맑은 유릿빛 사이로 저는 효성언니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장식장을 박차고 뛰쳐나온 제가 언니에게로 떨어져 내립니다. 저를 바라보는 언니의 눈이 점점 커지는 것이 보여요. 뭐라 말할 듯 벌어지는 입술이 채 소리를 만들기도 전에 저는 언니를 끌어안고 빙글 돌아 달려오는 화물트럭 방향으로 등을 돌렸어요.


 쾅! 하는 귀청이 짓이겨지는 듯 한 무서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으로 느끼는 피부의 감촉들이 소름끼칠 정도로 전율하네요. 제가 온 몸으로 받아낸 화물트럭은 저를 중심으로 처참히 우그러들며 충돌하고는 멈춰 섰어요. 저는 간신히 눈을 뜨고 안고 있던 언니를 바라보았어요. 다행입니다. 언니는 무사해 보여요. 조금 놀란 것 같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제 몸은 튼튼한가 봅니다.


 "지은아...?"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효성언니가 제 이름을 불러 주었어요. 그렇군요. 인간의 귀로 듣는 제 이름은 이런 울림이네요. 네. 언니 저에요. '송지은'. 전 이제는 싸구려 렌즈의 해상도가 아닌 선명히 보이는 효성언니의 얼굴을 마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타의에 의해 프로그램된 인공웃음이 아니라 정말 제 진심이 담긴 지은이의 웃음을 말이에요.


 그리고 그런 제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언니가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언니가 더 이상 비참해 보이는 그런 울음은 아니었어요. 인간은 행복할 때도 울을 수 있다면서요. 그러고 보니 어쩐지 저도 눈앞이 뿌옇게 번져 오르네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좋아요. 저는 조용히 다가가 언니의 품에 안겨들었습니다. 어느새 지기 시작한 노을빛이 아름다워요. 그러네요. 전 정말 인간이 되어 버렸나 봐요. 인간의 몸으로 느끼는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 언니를 지킬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저는 이제 바보 같은 마네킹은 아닌 거죠? 이대로 언니와 쭉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도 말해줄 수 있어요.


 "고마워요. 언니..."


 전 흐느끼는 언니의 품을 더욱 꼬옥 안았습니다.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점장님과 매장언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길로 효성언니와 도망쳐 나왔어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어찌할 줄을 몰라서 일단 언니 손이 이끄는 데로 따라 무작정 달렸습니다. 그동안 잘해주셨는데 감사하다는 작별인사도 없이 이렇게 떠나버려서 너무 죄송해요. 지금이요? 지금은 효성언니의 작업실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어요. 언니를 도와서 며칠 안 남은 콘테스트 의상에 끙끙대기도 하고 있고, 가끔 바쁘다고 끼니도 굶으면서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언니를 위해 음식도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물론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는 미지수에요. 아직은 인간으로써 생활하는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하지만 즐겁습니다. 이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지은아~! 오늘은 이거 입어보자!"

 "이... 이게 뭐에요. 언니."


 전 주황빛의 메이드 복을 손에 받아들고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래요. 언니는 제가 옆에 있게 되자 하루가 멀다 하고 이 옷, 저 옷 입혀보며 즐거워하세요. 게다가 이 귀는 뭐에요? 꼬리는?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흑흑.


 그 때 누군가 초인종을 울렸습니다. 설마 이번에도 제 소원이 이루어 진 건가요? 제 앞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한창 기대 중이던 언니는 '네에~' 하는 긴 말꼬리를 흘리며 아쉬운 듯 현관으로 달려갔어요. 문이 열리고 언니가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저는 이 옷을 어찌해야 하나 이리저리 들춰보며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습니다. 헌데 이상해요. 언니가 좀처럼 돌아오질 않네요. 무슨 일인가 배꼼 고개를 내밀어 보자 문 앞에 선 언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덜컥 겁이 났습니다. 전 사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니까요. 누군가 저를 잡아가려는 거면 어떻게 하죠? 그래서 언니는 제게 누군가 오면 숨어 있으라고 당부도 해놨어요.

 하지만 전 결국 참지 못 하고 일어나 언니의 곁으로 다가가 섰습니다. 저 때문에 효성언니에게 피해라도 가면 어떻게 해요. 언니와 마주서고 있던 사람은 그런 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밝게 웃었습니다. 작은 키지만 날렵하고 뚜렷한 이목구비의 여자는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어요. 하지만 언니는 걱정이 앞섰는지 저를 어떻게든 감추고 싶었나 봐요. 반사적으로 저를 조금 가리고 서며 언니는 그 여자를 노려보았어요.


 "그래서 지은이한테 도대체 무엇이 묻고 싶은 거예요?"

 "아, 별 것 아니에요. 혹시 지은씨. 이런 물건 본 적 있으신가요?"


 여자는 가느다란 손에 보랏빛의 열쇠를 꺼내어 내밀었어요. 아! 저건, 제가 그 때 그 빛줄기 속에서 보았던 그 열쇠와 닮았어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분명 동일한 성질의 것이라는 것이 느껴지네요.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어요.


 "저.. 저는 갖고 있지 않아요. 그저 보았을 뿐이에요."

 "보았다고요?"

 "네. 제가 움직일 수 있게 되기 전에 그것이 잠시 나타나 제 앞을 막고 있던 어떤 유리벽 같은 것을 열어 주었어요. 저... 이해할 수 있으신가요? 제가 사실은...."

 "그렇군요."


 저는 잘 몰랐지만 어쨌든 여자는 납득 했다는 표정이었어요.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누군가와 몇 마디를 주고받았어요. 그제야 저는 그녀의 옆에 또 한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조금 까만 피부에 작고 귀엽게 생긴 여자에요. 이 분들은 도대체 무엇 하시는 분들일까요? 아무래도 언니와 저에게 해를 입히려고 온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된 이유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그럼 혹시 검은 옷의 여자는 보지 못하셨나요?"

 "검은 옷이요?"

 "네. 뭐랄까 악의에 타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칠흑 같은 깃털 옷인데..."


 이분들이 얘기 하고 계시는 것이 설마 그 여자일까요? 분위기로 보아서 이분들은 아마도 그 여자를 찾고 계신 것 같아요. 곁을 피하고픈 꺼림칙하고 무서운 여자였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여자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르고 있는 걸까요? 악의로 타들어가는 칠흑 빛 깃털이라니... 어쩐지 방금 말을 곱씹어 볼수록 무언가 알 것만 같아지네요.


 "네. 잠시지만 본 적 있어요."


 효성언니는 저 대신 여자에게 대답해주며 제 얼굴을 한 번 돌아다보았어요. 전 커진 눈망울을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네. 언니. 저도 보았답니다. 비록 마네킹이었지만. 싸구려 렌즈의 인공 안구였지만 저도 언니와 함께 보고 있었어요.


 "뭐 특별한 일이라도 있었나요? 어떤 것이라도..."

 "아뇨. 그냥 매장 안을 가만히 바라보다 가버렸을 뿐이에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시겠죠?"

 "네. 그런 것 까지는..."


 여자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더니 대답해 주어서 고맙다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떠났습니다. 그 전에 짧게 연락처를 써서 건네주기도 했어요. 필요 할 것 같다면서요. 저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순순히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서 있었습니다. 그것은 효성언니도 마찬가지 였어요. 전 한참만에야 중얼거리듯 얘기했습니다.


 "언니. 전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 까요?"

 "뭐가?"

 "전 사실 마네킹이잖아요. 이렇게 인간처럼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면서 행복해해도 괜찮은 걸 까요?"


 제가 갑자기 몰아치는 이 어두컴컴한 기분에 넋이 나가 있을 때 언니가 제 등을 감싸며 안아 주었습니다.


 "괜찮아. 지은이가 행복하고 싶은 한, 누구도 지은이의 행복을 의심할 순 없어."


 짧게 안도의 한숨 같은 것이 세어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언니는 맹해 보이는 구석이 있지만 가끔 저에게 만큼은 너무도 또렷하게 확신을 주시네요. 이해했습니다. 제 행복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는 판가름 할 수 없는 거네요. 제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언제까지고 저는 행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제가 아닌 다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것 입니다.


 "그럼 전 여기 계속 남아있을게요. 언니."

 "응. 다시 한 번 환영해."


 장난스럽게 얘기하는 언니의 웃는 얼굴을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을 수 있는 한 가장 예쁜 미소를 지어 드렸어요. 그래요. 언제까지고 저는 언니의 곁에 함께 있을 게요. 그게 누가 뭐래도 단 하나뿐인 저의 간절한 소망이자 행복이니까요....




 그렇게, 어느 동화 속 이야기처럼 마네킹은 사람이 되어 행복해 졌습니다.


 물론 오래오래요~ ♡


.


.


.



마네킹이어도 괜찮아
...fin



***



 제가 시크릿 ㅍㅍ 을 쓰다니... 아무리 잡덕이라지만 ㅍㅍ은 그냥 카라에서 끝날 줄 알았던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ㅂ;

 이 글은 '오늘부터 란파루루~★' 를 읽어 보셨다면 눈치 채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글입니다. 애초에 잡덕 기초로 쓴 세계관이었으니 여러 아이들이 나올 것은 자명하였으나 시크릿이 나올 줄은 저도 몰랐네요. 물론 애정하는 그룹 중에 손꼽히는 그룹입니다만 ㅍㅍ을 쓰고 싶은 마음은 아니어서....; 아무튼 이런 느낌의 캐릭터는 처음 써보는 것 같은데 너무 술술 써져서 놀랐습니다. 물론 내용이 전혀 없는 글이었긴 했지만 - _-... 바보에 착하기 만한 모범생 송마네는 애정하게 될 것만 같네요. 보통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쓰는 데 한 달 이상 걸리는 손가락을 생각해보면 몇 시간 만에 한 번에 쑥 써서 끝난 게 기적 같아요. 이게 다 바보 같은 송마네 덕인듭. 바보는 바보바보해서 쓰는 데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ㅋㅋㅋ

 아무튼 사실 이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글은 아니고 사실 이것 이전에 이미 쓰려고 마음먹고 있던 귤연 이야기. ( 후에 일본에서 파루루일행과 만나게 되는 사건의 발단 부분 ) 에서 잠시 대화상 스쳐 나오는 부분 정도가 필요해서 써 본 이야기 입니다. 꼭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왠지 이런 식으로 엮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말하면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이 글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두 여자는 당연히 규리와 승연이 입니다. 현재 둘은 의문의 여성 ( 태연 ) 을 쫓아 정보를 수집중이에요. 그런 저런 뒷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글로 써보도록 하고, 이 글 '마네킹은 괜찮아' 에서도 어김없이 이 세계관의 주요설정인 소원에 의한 현실과 비현실의 설정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지은이의 경우는 약속의 문과의 계약으로 비현실의 문을 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은이는 오직 자기 자신의 의지와 소원력으로 문을 연 거에요. 따라서 약속의 문도 나타나지 않았고... 변신도 없습니다. ( 망할 ) '파루부터 란파루루~★' 에도 잠깐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 세계관에서 요괴 따위의 비현실적인 존재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믿음으로써 구현되는 비현실로 인정합니다. 마찬가지로 그에 따른 퇴마사라던가 하는 존재들도 이런 자기 자신의 비현실을 제한적으로 현실에 나타낼 수 있는 몇몇의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굳이 약속의 문과 계약한 최근의 계약자들 외에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 세계에는 언제나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자신의 비현실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해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은이 같은 마네킹이 사람이 되는 말도 안 되는 비현실이 이루어 진 건 아마도 다른 글에서 다뤄 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재 이 세계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자체가 그만큼 뒤틀려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결국 문이 바라는 모든 객체로서의 인간의 멸종, 그 후 하나의 의지로써 융합 될 시기가 가까워져 왔다는 것이죠.

 뭐 이런 재미없는 얘기는 그만 되었고 아무튼 지은이와 효성이는 참 좋네요. 다음에 꼭 이 다음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뭔가 신나고 알콩달콩한 이야기로 말이에요. 닝닝님이 등 떠밀어서 좋았네요. ㅋㅋㅋ 조만간 이 뒤에 이어질 귤연 이야기. 그리고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파루부터 란파루루~★'의 다음 이야기를 써봐야 겠습니다. 현기증 날 거 같아요. 헠후헠후-


 그럼 이제 제가 송마네를 독점해도 되는 거↘죠↗~?!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