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7일 금요일

[쭈찐] 불타는 롤리팝








 손님은 많지만 카페가 어디나 그렇듯 소란스럽지는 않다. 잔잔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는 정돈된 분위기.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가끔씩 저기 앉아 있는 손님들처럼 나도 여유 있게 앉아 평일 오후의 느긋한 시간을 즐기고 싶은 질투도 나지만 알바가 어디 그럴 수는 없지. 체념 섞인 가벼운 한숨은 미소로 날려 버리고 언제나처럼 꾸며진 정갈한 태도로 테이블 사이를 오간다. 카페 문이 열리는 방울 소리가 은은히 울려 온 건 그 때였다.
 돌아보니 어딘지 허둥대고 있는 한 여자가 막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다. 조금 긴 머릿결은 부스스하고 스카프는 흐트러져 있다. 카페 안을 빠르게 쓰윽 훑어 본 여자는 종종 걸음으로 카페의 구석진 자리로 향하였다. 안정되질 못 하고 불안하게 돌아가는 눈동자며 거추장한 걸음걸이. 뭐지? 미친년인가? 헛웃음이 살짝 나와 버렸다.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다고 생각하지만 판단하기 힘든 특이한 유형이다. 뭐 어쨌든 확실한 건 얼굴만큼은 반반하다는 것. 이 예쁜 것에 약한 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질 못 해서 나도 몰래 또 눈이 집요하게 여자의 뒤를 쫓아간다. 뭔가 위험한 일을 목격해서 쫓기고 있는 밤거리의 사람이라던가 고위층의 내연녀. 그도 아니면 요새는 무당들도 패셔너블하다던데 귀신 쫓는 무당이라던가... 아차차차! 제멋대로 뻗어나가던 망상을 고이 접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 이놈의 습관적 현실도피 망상은 좀처럼 그만두질 못한다. 속으로 자신을 타이르며 옷매무새를 바로 하였다. 흠흠. 어쨌든 지금은 근무 중이다. 마냥 멍이나 때리는 얼빠진 태도는 금물이다.
 "주문하시겠어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다가가 우아한 미소로 물어 보았다. 이 거리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모델포스 임나나가 접니다. 어때 나 쩔지? 한껏 풀어진 태도의 여자에게 보란 듯 퍼펙트한 카페 종업원의 모습을 과시해 보였다.
 "임진아가 너지? 나랑 좀 가야겠다."
 "네?"
 한껏 치솟아 올라있던 텐션이 급격하게 바닥에 패대기쳐 지면서 대앵~ 잠시 머릿속에 공허한 울림이 메아리쳤다. 뭐? 망할 년이 한껏 폼 잡고 주문 멘트를 날렸더니 갑자기 내 본명을 들먹인다. 에이씨... 설마 짭샌가? 잠깐 정신적 공황상태에 뻥져 있는데 내 얼굴을 슬쩍 올려다 본 여자는 내 팔목을 덥석 잡고는 갑자기 나를 질질 카페 밖으로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소... 손님 뭐 하시는 거예요?"
 힘도 별로 안 센게 나를 데려가겠다고 힘을 꽉 쥐는 게 우습다. 무슨 상황인지를 몰라서 적당히 끌려가주고는 있는데 점점 주위 시선들이 집중되기 시작하는 게 짜증이 난다. 그냥 확 약한 척 쓰러져서 울음이라도 터트려 볼까? 평소에 얌전한 척, 고상한 척 공주님 행세는 다 했는데 이 상황에 갑자기 이 여자를 패대기쳐서 한대 후려갈길 수도 없는 거고....
 근데 갑자기 이 년이 홱 돌아서서는 내 얼굴을 끌고 가던 반대 손으로 감싸 쥐고는 대뜸 제 얼굴 옆으로 끌어 내린다. 나는 얼빠지게도 그 순간, '와 박력 있네!' 하며 기분 좋게 코끝을 확 자극하며 스치는 향기를 음미해 버렸다. '그래 잠깐이지만 예쁘니까 조금 참자.' 하는 머리 빈 생각도 했었다.
 "여! 방화범 아가씨. 요새 재밌었지?"
 순간 내 표정이 급속도로 딱딱히 굳어져 버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제 할 말만 속삭이듯 말해놓고 자기 얼굴가로 내린 내 머리를 놓아주며 빙긋 웃어 보이는 여자. 참자는 건 취소. 웃으니까 더 겁나 예쁘긴 한데 그래도 취소.
 나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평소의 마스크를 회복하고는 웃고 있는 여자에게 마주 웃음을 건네주었다.
 "저희... 좀 조용한 데로 갈까요?"
불타는 롤리팝
                          by.녀놘

 하.... 가을 하늘 한 번 청량하다.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떨구고는 골목 어귀로 들어서자마자 여자의 목덜미를 낚아채 벽으로 밀어 붙였다.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가벼운 몸이 따라와 부딪힌다. 가볍게 콜록 거리는 여자를 더 옥죄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너 누구야?"
 "이주연."
 "그래. 주연씨. 이름은 그럼 됐고. 하는 일은? 아무리 봐도 짭새는 아닌 거 같은데, 아님 내가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건가?"
 "아니, 정답."
 칭찬이라도 해주려는 것처럼 그 큰 눈을 말똥히 뜬 채로 웃는다. 뭐야 이 여자...? 암만 생각해도 어디서 이상한 게 굴러들어 왔다. 뭔가 오늘 일진이 더럽게 안 좋은 게 틀림없다.
 "어떻게 알았어?"
 "뭘? 아... 그거, 방화범? 비밀인데?"
 하아. 자연스레 한숨부터 나온다. 이제 어떻게 한다지? 귀찮아 지는 건 싫은데. 여자의 태도를 보아하니 순순히 뭘 말해줄 것 같진 않고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묻어두기에는 뒷맛이 찝찝하다. 짜증나는데 그냥 확 앞뒤 안 재고 이대로 여자를 불태워 버릴까 충동이 솟구친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그래. 참을 인자 세 번. 참자. 임나나.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행복이여라. 막 속으로 열불을 삭히며 있는데 여자가 너무도 서슴없이 내 앞섶을 헤집으며 손을 뻗는다. 뭔가 홀려 버린 듯 자연스러운 손길에 거부감도 없이 나는 멀뚱히 여자가 하는 꼴을 지켜보았다. 자체발광 아우라에 뭇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힘들어 하는 마녀 임나나가 지금 뭐 하는 거지?
 "그냥 이 정도?"
 희뿌옇던 정신을 추스르며 시선을 고정시키니 여자의 손끝에 내 목에 걸려 있던 열쇠가 따라와 흔들리고 있다.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것처럼 붉게 타오르는 새빨간 열쇠. 약속의 문과 내가 계약한 소원자의 증표. 알고 있다는 건가?
 "당신도.... 계약자야?"
 설마 이런데서 나 이외의 계약자와 만나게 되다니...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칠 거라 생각해오곤 있었지만 이런 식일 줄은 몰랐다. 어쩌지? 나도 모르게 손끝을 깨물며 노려보다가 붙잡고 있던 여자의 옷깃을 놓아 주었다.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아 걸으며 고민하다가 흘깃 돌아보니 여자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진짜 욕 나올 것 같은 상황이네. 어디 가서 기세로 눌려 본 적 없는데 자꾸 저 속을 알 수 없는 예쁜 얼굴의 미소에 말려드는 기분이다.
 "그래서 어쩐 일이지? 훈계라도 할 샘으로 찾아 온 거야?"
 "아니. 뭐, 네 악취미에 이렇다 저렇다 관섭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아니 오히려 그 능력. 도움 받고 싶달 까?"
 이건 또 뭔 강아지 소리래? 내가 노려보고 있으니 여자가 다가와 내 팔짱을 가져가 끼고는 대뜸 코막힌 소리를 낸다.
 "진아양. 나 도와 줄 거지~?"
 "뭐, 뭐 하는 거야. 내가 왜!"
 당황해 팔을 뿌리쳐내자 어깨를 으쓱이며 큭큭 댄다. 뭐 하는 거지 진짜? 매끈한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쭉 흘러 내려간다. 제 손바닥 안에 사람 갖고 놀아나게 하는 건 내 주특기이다. 평소 같았다면 아무리 이런 뭐 같은 상황이더라도 여유로운 태도로 돌발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으며 상대방을 구워삶았을 것은 나였을 것 이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 쫓기는 기분인 것인지 이 여자의 눈동자에 자꾸만 초조해져만 간다. 이게 설마 이 여자의 능력?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뭐라도 알아내야 한다는 필사적인 압박감이 나를 내몰아 치고 있다.
 "당신.... 소원은 뭐야?"
 "응? 내 소원? 왜 그게 궁금해?"
 "보여줘봐. 당신 소원의 능력."
 "글쎄, 그러면."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내게 골목길의 코너 너머를 손으로 가리켰다. 뭐 하자는 거야? 의문 섞인 시선으로 여자를 노려보다 조심스레 코너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내밀자 보이는 도로가로 웬 검은 양복의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었다.
 "뭔데 이건?!"
 "쉿! 소리 내면 안 되는데?"
 아차 싶은 마음에 다시 황급히 돌아보니 되는 일 하나도 없다고 계중에 한 남자가 어떻게 또 나를 발견했는지 주위의 남자들에게 신호를 주고는 골목길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진짜...
 "이게 무슨 소원의 능력인데!"
 "미모로 홀려서 쫓기는 능력?"
 "지랄 났다."
 "도망가는 거 도와줄 거지?"
 "왜!"
 "그야 저 사람들이 이제 네 얼굴 봤으니까."
 이게... 지금이라도 확 불태워 버릴까? 사람을 태워 본 적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다. 진짜 간신히 안정된 생활환경을 만들어 놨는데 어디서 이런 게 갑자기 굴러와서 그동안 해왔던 노력을 이렇게 와장창 무너뜨려 버리려는 건지 모르겠다. 스트레이트!! 머릿속 어디선가 깔끔히 박살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민할 시간 없을 텐데?"
 "에이씨!"
 여자의 손을 거칠게 부여잡고 골목길의 안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평온했던 나날이여 안녕. 카페 종업원이란 거 나름 맘에 들었는데 이제 어쩔 거야! 가면을 꾹꾹 눌러쓰고 조신하게 살던 지난 몇 달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인생 덧없네. 흑흑. 설마 이 생활이 이런 식으로 끝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하였다. 준비만 갖춰지면 언젠가 스스로 버려버릴 위장된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한껏 찌푸린 시야에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골목길의 막다른 벽이 나타났다. 주저 없이 발을 굴려 뛰어 오른다. 너무도 사뿐히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내 몸은 골목길의 높다란 벽 위로 올라섰다.
 "뭐야. 안 가?"
 그대로 달려 나가려는데 허전한 기분에 돌아보자 주연이라는 여자가 나를 아래서 멀뚱멀뚱히 보고만 서 있다.
 "거기서 뭐 해?"
 "난 못 뛰는 데. 이런 거?"
 뭐? 뭔가에 맞은 기분이다. 계약자면 이런 거 다 할 줄 아는 거 아니었어? 이제껏 나 말고는 계약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하지만 내 소원도 사실 이런 것과는 관련 없던 것 이었고 이런 것은 자연히 따라오는 부가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렸던 건가?
 "아무튼 짐덩이가 따로 없네."
 굳이 힘들게 또 내려가서 여자를 안고는 뛰어 올랐다. 와아! 하는 짧은 감탄사가 품안에서 들려온다. 아주 신났구만. 입술을 잘근 거리며 벽위로 올라서는데 어느새 돌아온 건지 가야할 골목 입구 쪽으로 검은 옷의 남정네들이 차로 몰려 든 채 우르르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뒤돌아보니 이쪽에서도 우르르르... 상당히 잘 훈련된 자들이다. 골치 아프네 진짜. 자... 이제 어쩐다.
 "진아양 이제 실력 좀 보여줘."
 "그럼 댁이 내 인생 책임 질 거야?"
 "물론."
 ".......웃기시네."
 고개를 부여잡는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가볍게 몸을 풀고는 오른손을 내밀어 핑거스냅 모양을 취해 보였다. 될 대로 되라지. 목표는 남자들이 타고 온 우중충한 검은 차들. 과연 밤에 보는 불꽃만큼 낮에 타는 불꽃도 아름다울지 모르겠다. 기대되네.
 "Torch."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중에 하나가 굉음과 함께 터져나가며 솟구쳐 오르다 떨어졌다. 그 육중한 파괴 음이 공기를 진동시키며 붉은 버섯구름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용솟음쳐 올랐다. 멋지다! 강렬한 붉은 색이 동공에 쏘아 박히는 순간 단숨에 좀 전까지 터질듯이 억눌려 있던 답답함과 짜증을 뻥 뚫어 버리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불꽃은 낮에 봐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그래도 밤에 봤으면 더 좋았을 걸...
 "잡아!"
 우왕좌왕하며 엎드려 있던 남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다. 꼭 개미떼 같아서 밟아 비벼주고 싶은 충동이 들어선다. 물론 너희를 위해 더 좋은 것도 있지.
 "Spark!"
 손바닥을 마주치자 짝! 소리와 함께 몰려들던 사람들의 대기 중으로 무수한 빛들이 번쩍이더니 이내 불꽃을 일으키며 터져 오른다. 펑! 펑! 펑! 신난다! 혼비백산한 남자들을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피어오른다.
 "너무 즐기는 거 아냐?"
 "뭐래. 신경 끄지?"
 여자는 순순히 내 품안에 안긴 채로 심드렁하게 불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김 팍 샌다. 즐겁던 마음도 급격히 사그라지어서 나는 또 순순히 그냥 여자를 안은 채로 날아올라 어수선한 남자들의 뒤편으로 내려앉았다. 돌아보니 골목길 안은 아직도 아수라장이다. 그래도 뭐 기왕 여기까지 했으니 마무리는 확실히 해볼까? 골목 어귀를 틀어막고 있던 남자들의 차 하나를 강하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Blaze!"
 콰강! 하는 강렬한 폭염 소리와 함께 골목의 입구로부터 수 미터의 불꽃 기둥이 용솟음쳐 올랐다. 입구가 불꽃으로 막힌 골목길의 안쪽은 온통 비명 투성이다. 아, 그래도 이러니까 어딘가 좀 속이 후련하네. 붉고 붉게 타오르는 새빨간 아름다운 불꽃. 그 아름다운 황홀경을 홀린 듯 바라보다가 못내 발걸음을 옮겼다. 주연이란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런 나를 보다가 혀를 차고는 도로가를 이미 앞서 나가고 있었다.
 지난 몇 달간 겹겹이 둘러싸 놓고 있던 가면은 이제 벗어 던져졌다. 그것도 이런 대낮에,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는 그제야 묘한 희열감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이런 적이 있었던 가? 지금껏 완벽한 모습의 위장을 한 번도 들켜본 적 없는 나다. 이 이후로 앞으로는 평범한 일상 속에 위장하며 살아가는 건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뭐, 상관없겠지?"
 지금껏 한여름 밤의 꿈 마냥 덧없이 열망하던 망상 하나가 눈치 채지 못 한 사이에 슬며시 다가와 곁에 선 느낌이다. 나는 앞서 걷고 있는 여자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였다.
***
 갓 중학생이 될 즈음에 이미 나는 정상적인 생활에서 일탈해 신나게 그 생활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신났었던가? 그 당시에 기억은 너무도 희뿌옇게 뭉개져서 기억하기 힘들다. 온통 환각제와 매캐한 연기 같은 것들로 점칠 된 부정확한 나날들뿐이었으니까.
 부모님은 모두 고리타분한 옛날 분들이어서 집에서는 항상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그것들을 전부 묵살해 버리며 나름 잘 지내왔던 것 같다. 타고나기를 천연덕스럽고 요령 있게 태어나서 인지 딱히 학교생활에서 크게 문제 된 것도 없었고 주변에 친구들도 제법 있었었다. 공부도 운동도 나름 평범하게는 했고, 만약 그대로만 평범히 지냈다면 지금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아마 잘 지내고 있었을 것 이다. 아니, 더 잘 지냈겠지. 내가 누군데. 하지만 그 반복되는 뻔 하디 뻔 한 일상을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앞이 너무 훤하니까. 아마 그게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고 의미 없이 사그라져 버린다. 허상. 그래 내 삶은 허상과도 같다. 너무도 쉽게 흩어져 흩날려 버리는...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을 때부터 나는 환각제며 온갖 것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왠지 그것들을 하고 있을 때만은 편해질 수 있었다. 위로 받는 달까? 비로소 나도 세상도 모두 허상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 이다. 그렇게 당분간은 좋았던 나날도 있었다. 뭐 그 이후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아무리 내가 요령이 좋다고 해도 이 갑갑한 집안 환경 안에서는 이것들을 구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져 갔고 나도 덩달아 피폐해져 갔다.
 그래서 차선책을 몇 번 선택해 보기도 했다. 기절 직전의 상태로 목을 조여서 환각 상태에 빠져 본다던가, 한 때 유행하던 인터넷 상에 떠도는 환각 음악 같은 것들을 구해서 사용해 본다던가, 아무튼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위험한 것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한 번씩은 다 손대 본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에는 가장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본드나 가스 같은 싸구려 방법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재수 없게도 단 한 번 사고를 냈다.
 그날따라 참을 수 없어서 버려진 창고 안에서 가스며 본드며 많이도 갖다 썼던 것 같다. 그러고도 멀쩡히 걸어 나와 나는 무슨 정신이었는지 담뱃불을 붙이고는 망설임 없이 창고 쪽으로 던져 버렸다. 엄청난 폭음과 불꽃이 터져 나왔다. 시야 가득을 매우며 솟구치며 타들어가는 불꽃들을 바라보며 나는 그제야 몽롱했던 허상에서 제정신이 든 것 같았다. 당연 떠올랐어야 할 두려움이나 위기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름답다! 그것은 너무 격한 감정이어서 지금껏 지내오던 모든 거짓 같은 따분한 일상들을 태워 버리며 내게 파고들어 왔다. 나는 그제야 내가 도저히 평범하게는 살아갈 수 없는 아이란 걸 깨달았다.
 곧바로 집에서 나와 버렸다. 지금껏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갔던 나날들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연기하고 있던 내게 그것은 첫 일탈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후로는 뭐 속이는 것이 반복되는 일상들이었다. 타고난 외모와 말투와 몸짓들로 충분했다. 사람 다루는 건 너무도 손쉬운 일들이라서 마음먹은 대로 모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런 거짓 연기로 점칠 된 아찔한 나날들이었지만 그것들로는 내 갈증을 채울 순 없었다. 불꽃. 그래 오직 그것만이 나의 목마름의 탈출구였다. 언제까지고 계속 될 것 같은 정돈된 일상을 모조리 무로 돌려 버리는 파괴와 정화의 불꽃. 도저히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일렁이는 붉은 열기가 아른아른 거리며 온갖 황홀한 빛깔로 언제나 나를 미쳐 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며칠이고, 아니 몇 달이고 간에 나는 나의 시간을 아낌없이 소비하여 계획을 짜고 장소를 정하였었다. 그리고 그 몸살 나는 고된 인고의 시간을 거쳐 나는 드디어 어느 날 한 밤중 거대하고 아름다운 불꽃들을 보곤 하였다. 아... 그 아름다움이란...! 치밀함의 결과로 단 한 번도 나는 의심받지 않았다. 물증도 심증도 그런 것은 남아있지 않다. 이미 불꽃과 함께 모든 것이 타올라 버렸음이라.
 그러던 어느 날 내 앞에 약속의 문이 나타났다. 망상에 하도 오래 취해 보내왔던 건지 내가 지난 2달간의 시간을 들여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작품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난 그것이 내게 소원을 물어왔다. 조건도 제약도 없는 터무니없는 계약이다. 요술램프의 지니라도 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도 미심쩍고 필요 없는 제안이었지만 나는 그에 응하였다. 길게 이것저것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재미있을 것 같았으니까. 확실히 난 미쳐있다. 그리고 현재의 지금. 내 앞의 저년도 분명 미친년일 것이 틀림없다.
 "후우...."
 한껏 들이키던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기대고 있던 벽으로 부터 머리를 들었다. 나와 맞은편 벽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여자는 완전히 집중한 표정으로 더러운 골목길 바닥에 검은 천을 깔아놓고 타로로 보이는 카드를 내려놓고 있다. 이주연. 저 여자 아무리 생각해도 상또라이가 분명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도대체 속을 알 수가 없다. 뭐 하는 짓이야 저건? 역시 그 약속의 문이라는 거 미친것들한테만 나타나는 게 분명하다. 아... 씁쓸해.
 "여기서 뭐 점집 차렸냐?"
 "쉿! 집중해야 되니까 조용해."
 어련하시겠어. 혀를 끌끌 차고 있는데 한참이나 카드를 뒤적이던 여자가 원하던 것을 끝마쳤는지 자리를 정리하고 탈탈 털며 일어나 섰다. 표정을 살피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무덤덤한 느낌. 진짜 재미없네.
 "자 이제 좀 털어놔 보시지. 그 사람들 도대체 뭐 였어?"
 "응 뭐가? 아... 그 사람들? 뭐 별 거 아니야. 그냥 높으신 양반들이 보낸 거라고만 알아둬."
 "높으신 양반들? .......당신 뭐 위험한 일 한 거 아니지?"
 뭐지 정말?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는 거지만 왠지 위험한 일에 잘못 걸린 것 같다. 아니 이 여자와 관련된 것 자체가 이미 최악이다. 부적이라도 사둘 걸 그랬어. 내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건 뭐 하건 간에 빙글빙글 대던 여자는 자신의 품에서 열쇠를 꺼내어 들었다.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열쇠. 저런 건 도대체 무슨 소원을 빌어야....
 "내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었지?"
 "어? 어... 뭐 그래."
 왠지 속마음을 그대로 내비친 것 같아 당혹스럽다. 기분 나빠. 이 여자 정말...
 "나는 예언자야. 미래를 내다보는 눈. 그게 내 소원이야."
 여자는 자신의 열쇠를 찬찬히 흔들어 보였다. 틱톡. 틱톡.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열쇠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잠시 머릿속이 멍해진다. 예언자라니... 이 여자 진심인가? 그딴 것도 소원으로 빌 수 있다는 거야? 무언가가 엉켜들어 뒤죽박죽이 된 기분이다.
 "이런 눈을 갖고 있으면 아무래도 여러 군데서 노려지게 되다 보니 말이야."
 천진난만하게도 말한다. 벽에 다시금 고개를 기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참 대책 없이 계약하긴 했지만 그 약속의 문이라는 거 도대체 뭐 하는 놈이었던 거지? 별 조건도 없이 믿을 수 없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만들어 버린다.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거야 요즘은. 게다가 저 여자. 아무리 소원을 제약 없이 들어준다고는 했지만 그런 소원을 함부로 빌어도 되는 걸 까? 무슨 정신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소원을 빈 이유는 별 거 없었어. 단지..."
 "아, 잠깐! 설마 그 소원이라는 거 사람 속마음도 읽고 막 그런 건 아니지?"
 "어떨까나? 그런 것 같아?"
 "아... 됐어."
 최악이야 진짜. 짓궂게 나를 바라보던 여자는 나를 따라 벽에 등을 기대우고 피식 웃어 보였다. 내가 노려보자 능글맞게 시선을 피하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문득 그 예쁜 얼굴의 입가에 자조 섞인 미소가 걸려 있었던 듯 한 착각이 들었다.
 "그냥 떠돌이였어. 이리저리 특별한 목적지 없이 떠돌며 이 타로카드로 사람들 점 봐주는 거 말이야. 아 물론 사기였지. 내가 무슨 타로 따위를 알겠어. 한마디로 그냥 적당한 벌이가 필요했을 뿐이야. 근데 말이야 이게 웃긴 게 사실 타로라는 건 도구에 지나지 않거든.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여 육감을 눈뜨게 하는, 말 그대로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 본연의 예지력과 직감 등을 끌어내기 위한 단순한 그림쪼가리에 지나지 않는 다는 거야. 그러니 정식으로 타로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사기꾼이나 다름없어. 그렇게 생각해서 나도 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다녔지."
 여자가 타로카드 한 장을 꺼내어 휙휙 돌려낸다. 육감을 이끌어 내는 도구라... 그럴 듯하네.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관찰하고 속마음을 읽는 것쯤은 너무도 쉬웠어. 그러니까 이런 것도 일도 아니었지. 그저 그냥 뭐가 있는 것처럼 카드를 척척 뿌려놓고 카드를 뒤집게 하면서 정신을 홀려 놓고는 알아차리지도 못 할 만큼 자연스러운 질문과 습관과 행동과 태도 등을 관찰한 결과로 고민이며 과거며 미래까지 몽땅 스스로 드러내놓게 만드는 거야. 그럼 사람들은 날 보고 대단하다고 말을 하지. 웃기지 않아? 자기들이 다 말해놓고는. 그래서 슬슬 그 거짓된 점쟁이 행세도 지쳐갔어. 모든 것이 무채색. 다 내려놓고만 싶을 때 나타난 것이 약속의 문이야. 그래서 나는 빌었지. 이번에야 말로 한 번 진정한 예언자의 눈을 가져 보자고. 가짜가 아니라, 진짜의!"
 "그래서 갖게 되니 어떤데?"
 "그게... 사실 원래부터 시답잖은 인생이라서 딱히 달라지는 것 도 없더라. 이제는 정말로 미래가 보이긴 하는데 워낙 불투명 하거나 인과에 따라 바뀌는 것들도 시시각각이라 완전 엉터리 같애. 예전의 싸구려 점쟁이 행세 할 때보다도 더 앞이 보이지 않는 달까? 뭐 그 편이 나는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이런 능력이라도 역시나 노리는 사람들은 많아서 정치계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들까지 다 나를 갖게 다고 난리야. 뭐 항상 적당히 받아치며 지냈는데 요새는 좀 위험한 수준까지 돼서 너를 만나러 온 거야."
 "그럼 뭐야 결국 경호원 같은 걸 부탁하기 위해 나를 찾아 온 거야? 나 좀 비싼 여잔데?"
 "자, 이거."
 여자가 던져준 종이를 받아내 펼쳐보자 일곱 개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야... 이거 설마?
 "이번 주 로또 번호. 어때? 돈이라면 걱정 없어. 그런 건 사실 이제 별 의미도 없고."
 침이 꼴깍. 땡기긴 땡긴다... 내가 어디 가서 벌어먹지 못 할 일은 없지만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다. 게다가 이미 저 여자를 따라 나선 순간부터 그 다음은 없었다. 이런 생각지도 못 한 부수입은 얼마든지 오케이다.

 "표정을 보니 승낙하는 거지? 좋아! 그럼 이걸로 넌 나에게 고용 된 거다? 자, 그럼 일단 첫 번째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거슬렸던 건데 자꾸 반말 할래 너? 존댓말 써 봐. 존댓말! 내가 너보다 한참 언니거든?"
 잠깐 얼빠진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뭐래. 나도 몰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구나. 그렇게 킥킥대며 한참이나 빤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더니 그제야 이해가 갔다. 왜 오늘 하루 종일 저 여자를 만나고 부터 이렇게 계속 내 처지가 말리기만 했는지. 왜 단 한 번도 내가 저 년을 손바닥 위에 앉혀놓고 희롱하지 못 했는지.

 그녀나 나나 서로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타고나기를 너무도 재미없게 태어나 버린 인간들.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모든 것이 예상되고 뻔해서 시시할 뿐인데, 현실이라는 답답한 감옥 속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숨기고 소리 없는 비명을 외쳐야만 하는 비운의 인생. 그래서 그 끝에 결국 견디지 못 한 내가 선택한 건 그 모든 답답한 현실을 남김없이 한 줌의 재로 태워버릴 불꽃이었고 여자가 선택한 것은 그 감옥을 벗어나 더 큰 것을 보고자 하는 눈이었다. 도망쳐 버린 자와 나아간 자. 이게 뭐야. 완전히 내 패배잖아? 누군가의 밑에 깔려 있다는 느낌은 처음이어서 정신이 얼얼하다. 임나나 이 바보 같은 년. 결국 우물 안 개구리 였나?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딘지 심장 한 켠이 빠르게 두근두근 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껏 느껴 보지 못 한 색다른 떨림이다. 막연한 기대감. 설렘. 갓 태어나는 아이가 막 자궁 밖을 통해 빛 속으로 빠져 나올 때의 기분이라고 비유해 볼까? 아니, 그냥 그런 것과는 완전히 관계없는 어느 노래가사에서나 볼 법한 저급한 고동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좋아요. 주연 언니. 그럼 이제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이제부터 재밌어 질 것 만 같다.
.
.
.
불타는 롤리팝
......fin
***
p.s
 무릇 예부터 우매한 중생을 다스리는 데는 인덕도 자애로움도 아닌 압도적인 무력을 통한 공포심과 경외감이 제일이었다. 자신들이 언제든지 짓밟혀져 짜부라질 인생이란 걸 깨닫게 해줘야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질 않는 다는 것 이다. 이건 그러니까 그런 정신 나간 자들의 물고 물리는 게임이었다. 물론 거의 내가 일방적으로 물어뜯고 있는 편이긴 했지만.
 "개미들은 개미다워야 귀여운 법이지. 이제 슬슬 그쪽들이 개미란 걸 깨달아 주면 안 되려나."
 쪼옥-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빨아들인다. 덥다 더워. 한 여름의 서울의 시내는 빡빡한 차들이나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후덥지근하다. 가만히 앉아 있던 벤치에 등을 기대며 슬쩍 선글라스를 내려다 쓴다.
 "더럽게 큰 개미이긴 하다만..."
 흑백의 세계에서 단숨에 컬러화 된 시야에 하늘이라도 찌르려는 듯 솟아오른 고층건물이 들어온다. 지금쯤 주연 언니는 신나게 에어컨 빵빵 나오는 영화관에서 팝콘을 우적거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언니와 만난 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가지만 늘 이런 식이다. 힘든 일은 언제나 나에게 전부 맡기고 자기는 신나라 놀러 다니는 일상. 그렇다고 싫지도 않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도대체 무슨 코에 꿰인 건지...
 "슬슬 시작해 볼까."
 쓸데없이 사람들이 다치는 건 싫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타들어가는 아름다운 불꽃일 뿐이다. 그래서 이 작업이 더럽게 까탈스러운 것 이긴 하지만 하라면 못 할 것도 없다. 나는 손가락을 방아쇠 모양으로 만들어 내밀었다. 갑니다... 빵!
 "Inferno!"
 후끈. 강렬한 열풍에 옷자락이 휘날린다.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와아... 하는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황홀경. 선글라스를 다시 고쳐 쓰며 앉았다. 서울 한복판의 열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거대한 화염이 내 앞에 있던 덩치 큰 장작을 벗 삼아 순식간에 솟아오르고 있었다. 주변은 아비규환. 거짓말처럼 건물만을 탐닉하며 맹목적으로 타들어가는 불꽃은 그들에게 다시 한 번 나라는 자의 두려움을 각인시켜 줄 것 이다. 그럴 리 없는 슬픈 중생들이란 건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만 그러니 이제 좀 포기하고 주연 언니를 그만 건드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부럽지 않은 영화네."
 4D 영화관에서 신나게 차가운 콜라를 홀짝이며 신나있을 주연 언니를 떠올리며 나는 아이스커피를 빨아 들였다. 미지근해진 커피가 식도를 타고 넘어 들어와 몸속을 적신다. 그럴 리 없었을 텐데도 나의 갈증은 한 꺼풀 덜어내진 것 같았다. 거짓으로 점칠 되었던 일상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했던 그것이 느껴진다. 이 일 년간, 그렇다면 이것은 꿈인가? 고개를 내저었다. 꿈이라도 좋다. 꿈이라면 어때?
 "내가 깨어나지 않을 건데."
 p.s ....fin
***
 '오늘부터 란파루루~★' 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두 번째 글입니다.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또 이것저것 미완으로 끄적거렸던) 주연과 나나의 커플링으로 드디어 완성된 글을 내놓네요. 물론 엄청 짧고 내용은 없습니다만... - _-;
 둘의 소원과 능력에 대해서 조금 사족을 붙이자면, 처음 둘의 캐릭터를 정할 때는 이 글의 근간이 되었다고고 할 만한 세기말적 시대의 글에서 많은 설정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나는 박수라던가 핑거스냅등의 마찰을 통해서 폭발을 일으키는 저항군 세력의 테러리스트였는데 그런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서 아마 이 글에서의 나나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능력을 쓸 때의 모습이나 능력으로 벌이는 일들이 상당부분 닮아 있거든요. 그에 반해 주연은 조금 캐릭터가 많이 바뀌게 되었는데 성격적인 측면이나 능력적인 면 전부에 대하여 후에 쓸 귤연의 승연에게 대부분 캐릭터를 넘기고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초에 그 글을 쓸 때 생각했던 주연은 귤연 대체물로써의 글이었기에 승연역을 자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히 주연 본연의 모습에 더 닮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인데 정작 결과물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그다지 글로써 표현해낸 것도 많지 않고요. ^^;

 그리고 나나가 주연에게 찍소리도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나나의 착각과는 다르게 둘의 운명의 관계가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나중에 글 속에서 언급할 기회가 있다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연은 이미 그리 될 짝임을 알고 나나를 찾아 온 것 입니다. 
 아무튼 눈치 채신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2년도 더 지난 글 '오늘부터 란파루루~★' 에 파루루가 잠시 언급했던 한국에서의 연달은 의문의 연쇄폭파사건은 바로 이 나나가 벌이고 있는 일입니다. 네. 그래요. 그 때 짧게 지나가는 말로 언젠가 그것들에 대하여서도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기에 기회가 되면 써보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쓰게 되었네요. 그것도 엄청 짧고 의미 없는 내용으로... = ㅂ=; 물론 앞으로 이 세계관 안에서 벌어질 가장 큰 사건 (일종의 season1 을 장식할 마지막 사건)에 어느 정도 깊이 관여될 이야기 이므로 반드시 썼어야 하는 내용이었지만 이 속도라면 이 일단의 첫 번째 막을 내릴 사건까지는 써내려면 한 10년은 걸리는 게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 무섭군요... ㄷㄷㄷ
 그럼 그 때까지 부디 건강하시길... !!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