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8일 월요일

[횻쏭/투아] 여자를 울리고 먹는 밥은 배탈 난다.



















 전 정말 오늘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모처럼 효성언니와 함께 외출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마네킹에서 인간이 되었던 사건 이후로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효성언니의 작업실에서 숨어 지냈어요. 물론 언니의 바로 곁에서 보내는 그 시간들이 그리 싫은 일은 아니었지만 왠지 울적해 지기는 했어요. 저와는 완전히 친구가 된 언니의 노트북씨가 매일 보여주는 바깥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운 모습이 절 언제나 꿈꾸게 만들었거든요. 반짝반짝 빛나는 해님이 가득 퍼진 활기찬 거리라던가 푸르른 녹음의 빛깔이라던가 수정처럼 맑게 흐르는 냇가 같은 저로써는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그런 신비한 존재 분들 말이에요. 아? 그런데 노트북씨가 어떻게 친구냐고요? 음....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어쩐지 인간이 된 후로도 저는 기계 분들과 대화할 수 있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매번 전자레인지양이라던가 텔레비젼군같은 분들에게도 도움 받고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 아침 효성언니가 제게 같이 식사를 하러 나가자고 말해주셨을 때는 너무나도 기뻤어요. 그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효성언니의 품에 뛰어 들어가 꼬옥 안기고는 팔짝팔짝 뛰기까지 했다니까요. 물론 바로 사과드리기는 했습니다만.... 


 그런데 지금 이 광경은 뭘까요....?


 언니는 지금 어떤 가녀린 인상의 한 여인과 함께 불꽃이 튀는... 아니 실제로는 온갖 음식물 국물과 건더기가 튀고 있는 격렬한 푸드배틀을 펼치고 계세요. 그게 뭐랄까... 어떻게든 말리고 싶은데 그 주변으로 엄청난 선풍 같은 것이 몰아치고 있는 것 같아서 차마 다가갈 수조차 없습니다. 진심은 아니지만 살짝 야속하고 서운해서 울 것 같아요. 언니 그만 좀 하세요. 제발.


 저 송지은은 효성언니가 위장용으로 제작해주신 공룡탈 속에서 그렇게 혼자 눈물짓고 있었답니다. 흑흑. 미워요.






 여자를 울리고 먹는 밥은 배탈 난다.
                                                                    written by. 녀놘



 언니가 저를 데리고 간 곳은 어떤 연회장 같은 곳 이었어요. 아마도 저번 콘테스트 수상과도 관계된 것 같아요. 언제나 생활고에 시달리던 언니가 저를 이런 화려한 건물로 이끌고 들어갈 때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습니다만 저는 어찌되든 좋아요. 그저 언니와 이렇게 손을 붙잡고 나란히 바깥으로 나왔다는 것에 저는 만족합니다.


 "그러니까 이 공룡탈이랑 의상은 벗지 말도록 해. 여기 관계자들이 티파니 매점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너를 못 알아볼 리 가 없어."

 "네. 언니!"


 말은 그렇게 자신감 있게 했지만 저는 가만히 제가 입고 있는 공룡 의상을 내려다보았어요. 뚱뚱하게 배가 불룩 튀어나온 초록색 공룡 의상.... 데이트 란 거, 이런 건 아닌 거죠? 아... 아니요! 이러면 안 됩니다. 이럼 언니의 자상한 마음을 외면하는 것이 되어 버려요. 평소라면 쳐다도 못 봤을 값비싼 먹거리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런 기회에 언니는 제가 신경 쓰여 어떻게든 데리고 나온 것 입니다. 저에게 미안해하며 어떻게든 챙겨주려고 애쓴 언니를 위해서라도 저도 기합을 넣고 가야겠어요.


 "그리고 저기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축제분위기의 공룡으로 연기를.... 어? 어! 저건?!!"

 "네?"


 저에게 주의를 주던 언니는 어떤 사람이 들고가는 접시에 올려진 어떤 음식을 보고는 갑자기 그 냄새에 홀리기라도 한냥 순식간에 그 접시를 따라서 사라져 버렸어요. 순간 공황상태가 밀려옵니다. 주의에 수없이 지나다니는 화려한 옷의 사람들. 그 가운데 덩그러니 버려진 공룡탈의 저. 언니 저 어떻게 하면 좋나요?


 "우와 공룡이다!"


 무언가 옆구리를 콕 찌르는 통에 정신을 차려 돌아보니 웬 꼬마아이들이 무리지어 제 주위에 몰려들어 와 있었어요. 어쩔 수 없네요. 아무래도 전 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어야 갰어요. 사실 이게 제 적성에 맞는 일이죠. 기계는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 기쁨이니까요. 그럼 이쯤에서 상냥하게 아이들에게....


 "이얏 죽어라!!"

 "물리쳐! 공룡을 몰아내라!"


 아! 아야! 이... 이게 무슨 짓이죠? 갑자기 아이들이 저를 막 때리기 시작했어요. 포크며 나이프까지 들고와서 저를 막 찌릅니다. 이해할 수 없어요. 왜 이러는 겁니까. 이 아이들은? 아프단 말이에요. 그만 하세요. 정말 계속 그러면....


 "크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악!!!!!!!!!"


 녹음되어 있던 육식공룡 음성 #053 번을 재생하니 아이들이 겁에 질려 달아납니다. 휴~ 죄책감이 몰려옵니다만 그래도 제가 아직까지는 기계적 능력을 쓸 수 있는 인간이어서 다행입니다. 이상하게 최근에도 인터넷으로 정보를 다운로드 받는 다던가 간단한 것 들을 재생한다던가 하는 것들이 가능해요. 전 아직 완벽한 인간은 아닌 모양이죠? 


 "이야~ 저것 봐!"

 "뭐야? 빨리 가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 한 켠에서 사람들이 웅성대며 모여드는 것이 보여요. 또 무슨 일일까요? 저는 최근 들어 더 급격히 늘어만 가는 호기심이라는 것에 이끌려 저도 몰래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인파를 헤치며 다가가 보자 뭔가 옥신간신하는 소리가 들려요. 싸움이라도 난 걸까요? 전 그런 건 싫은데....


 "놔! 이건 내가 먼저 집었어!"

 "당신이야 말로 놔! 옆에 있는 그거 집어도 되잖아?! 어차피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은 건데! 먹으면 어차피 똑같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집어가면 되잖아! 이 놈 저 놈 똑같으니 네가 다른 거 먹어!"

 "야! 됐어! 어차피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냥 당신에게서 이걸 지키려고 대충 둘러댄 거야! 이 녀석은 특별해. 이 육즙이며 빛깔. 이건 내꺼다!"


 뭐죠? 이 대화는? 분명 음식을 앞에 두고 실랑이를 하는 것 같은데 조금만 서로에게 양보하면 될 것을 가지고 사람들은 너무 각박해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리 효성언니처럼 다정했으면 좋겠....... 어라?


 "이....... 녀석! 그렇다면 승부다! 음식에 대해서 뭘 좀 아는 것 같은데 그럼 이 곳의 음식. 누가 더 많이 먹는지 승부를 보자고!!"

 "훗... 뭐 좋아. 당신이랑은 다른데서 만났다면 좋은 맛집 탐방 파트너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군. 좋아! 그 승부 받아들이지!!"


 언니이이이이이이!!!!!!!!!!!!! 왜 이런데서 이런 걸로 싸움을 하고 계셨던 거예요?!! 게다가 방금 그 승부 신청은 뭐에요. 도대체 뜬금없이 왜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냐구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또 뭐하는 거죠? 왜 당연하다는 듯이 사람들이 재밌어 하며 두 사람을 위해 테이블을 하나 비워주고 음식들을 차곡차곡 배달해주기 시작하는 거라죠? 제가 이상한 건가요? 제가 이상해요?


 제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승부는 시작돼서 두 사람은 격렬한 싸움에 돌입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접시 위의 음식물들이 꾸역꾸역 식도로 넘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아... 바보다. 바보에요 언니는. 이상할 정도로 언니는 꼭 엉뚱한 곳에서 불타올라요. 하지만 그런 언니에게 이끌려 인간까지 되었던 저에요. 막상 승부가 시작되니 저는 어느새 자연스레 언니를 응원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언니 옆에 여자 분도 대단해요. 엄청 가녀리고 자그마한데 엄청난 속도로 음식물들을 빨아드리고 있어요. 혹시 이대로 언니가 지는 건 아닐까요?


 왠지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그러고 보니 푸드 파이터 같은 사람들은 전부 호리호리한 사람들이라고 그랬어요. 혹시 저 여자분 전문 푸드 파이터 인 건 아닐까요? 그래서 일부러 언니와 대결을 받아들인 건...? 안 돼! 제가 언니를 도와드려야 갰어요. 비겁하다는 건 알지만 언니가 지는 걸 보고 있을 수는 없어요!


 왼손을 치켜듭니다. 이 왼손에 달려 있는 발사장치로 저 여자 분이 먹고 있는 음식에 배탈 약을 발포하겠어요! 네? 왜 손에 그런 게 장착되어 있느냐고요? 무... 묻지 마세요! 


 "저 말썽쟁이 통통볼. 또 사고 쳤구나..."


 무심코 옆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돌아보니 한 여성분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이마를 감싸 쥐고 계세요. 새하얀 금빛 단발머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말고도 지금 저 푸드 배틀을 걱정하는 분이 계셨던 걸 까요? 효성언니를 걱정하는 건 아닌 것 같으니.... 그럼 설마 저 옆의 여자 분의 일행분?


 "저걸 또 어떻게 말려야.... 응? 어째서 이런데 공룡이....?"


 전 흠칫 놀라 얼른 들어 올렸던 왼손을 내렸습니다. 하마터면 바로 옆에서 가장 보여선 안 되는 분께 못 된 짓을 들킬 뻔 했어요. 얼른 음성변조 시스템을 가동시키며 ( 그래봤자 이번엔 코맹맹이 소리를 낸 것 뿐이였습니다만.... )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쏭쏭 사우르스 입니다!"

 "네? 아, 전 초아에요. 엄청 귀여우시네요."


 살풋이 웃으시며 제 손을 부드럽게 가져가 흔드신 초아라는 여성분은 얼굴이 약간 상기되셔서는 머뭇거리시며 잠깐 만져봐도 되냐며 제 공룡의상을 쓰담쓰담 하고 계세요. 어쩌죠. 식은땀이 삐질삐질. 아무튼 나쁜 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단 오히려 뭐랄까 엄청 상냥하시네요. 아... 잠깐. 이럴 때가 아니죠. 전 이 분의 시선을 피해 효성언니를 도와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요. 역시 그건 나쁜 짓 같은데....


 "그런데 방금 전의 그 포즈는 뭐에요 쏭쏭 사우르스님?"

 "방금 전 포즈라니 무엇입니까? 으르렁~"

 "방금 전 이렇게 손을 내밀고 있던 거 말이에요. 그나저나 으르렁 이라니 너무 귀엽다."


 앗! 저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뻔 했어요. 초아님이 아까 전 제가 배탈 약을 발포하려고 한 포즈를 그대로 따라하시는 거예요. 잠깐? 혹시 이분은 제가 방금 전 무엇을 하려 했는지 이미 알고 계신 게 아닐까요? 효성 언니가 그랬어요. 바깥은 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곳이라서 저처럼 어리숙한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속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해야 된다고 말이에요. 물론 언니도 그리 야무져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죄책감 때문인지 자꾸만 초조해 집니다.


 "이거 이렇게 손을 올리고 계셨잖아요. 이거 무슨 파이팅 포즈인가요? 공룡 전대?"

 "그런 게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제 손을 들어다가 아까처럼 포즈를 취하게 하고 계세요. 이거 확실히 알고 계신 거 맞죠? 자신이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빨리 잘못을 시인하라는 무언의 압박 맞죠? 어떡해요. 진심은 아니었어요. 전 그저 언니가 져서 슬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자... 잠깐! 거긴 안 돼요! 그걸 만지면 발사 장치가....!


 "우와~ 공룡 발바닥에 도톰발이라니.... 도톰발이라니!!"

 "그건 만지면 안 돼요!!!!!!!"


 배탈 약의 발사장치가 도톰발이란 걸 알아차린 걸까요? 무섭습니다. 정말로 다 알고 계시잖아요! 저 먹잇감을 노리는 듯 한 번뜩이는 눈빛을 보세요. 손까지 덜덜 떨리시네요. 어떻게든 막아야....!


 "이얍!!!"

 - 쿠콰아아아앙!!!!!!!!!!!!!


 어.....? 전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제 왼손을 쳐다보았어요. 안 된다고 뿌리친다는 게 그만 너무 긴장해서 힘을 준 바람에 발사 장치를 제가 눌러 버렸나 봐요. 그것도 있는 힘껏 최대출력으로 쏴 버렸습니다. 초아씨도 도톰발에 빼앗겼던 시선을 들어 그런 절 쳐다보았어요. 멍하니 시선을 마주하다가 거의 동시에 제 왼손이 향하고 있던 푸드 배틀이 한창이던 테이블을 바라보았습니다.


 온통 하얀 가루로 뿌옇게 내려앉고 있는 장소는 테이블 째로 날아가서 완전히 엉망진창이었어요. 거기다 저만치 음식물들과 함께 나동그라진 언니의 모습은........ 미안해요. 정말. 전 왜 이렇게 자꾸 사고만치는 거죠? 


 "민아야!"

 초아 씨가 다급히 효성언니의 곁에 처박혀 있는 여자 분에게 달려가려 하셨어요. 아... 저 분의 이름이 민아 군요. 아무튼 저는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만 하네요. 그나저나 어쩐지 방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주변 분위기가 이상하리 만치 조용합니다. 둘러보니 회장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저에게로 향하고 있는 듯해요. 저.... 지금 큰일 난 거죠?


 "좋아요. 지금까지 모두 즐거우셨나요? 그럼 모두 여기를 봐 주세요."


 그 때 회장안의 계단을 내려오며 어느 여성분이 가벼운 박수로 모두의 주의를 집중시키셨어요. 우아한 롱드레스가 너무도 어울리는 큰 키의 모델 같은 아름다운 여성분이세요. 


 "파티는 떠들썩해야 한다지만 너무 들떠서도 곤란하겠죠. 자 이제 각자 자기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오늘 연회의 본 이벤트는 이제부터니까요."


 여성분의 말에 마법처럼 사람들은 금세 삼삼오오 흩어져 원래의 연회분위기로 돌아갔습니다. 연회의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오면서 그 분은 주변의 검은 양복차림의 남자들에게 손짓하며 효성 언니와 민아 씨가 나동그라져있는 테이블 쪽을 가리켰어요. 


 "주변 분들께 방해되지 않도록 빨리 치우도록 하세요. 물론 소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은 빨리 끌어내시고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들은 효성언니와 민아 씨를 끌고는 바깥으로 향했어요. 저와 초아 씨가 뭐라 말하려 하자 여성분은 제게 다가와 인형탈 옆에 바짝 입가를 대시고는 속삭이셨어요.


 "반가웠어요. 지은 양. 이 이상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은 좋지 않을 테니 오늘은 이만 가시는 게 좋겠네요."


 어? 이 여성분. 저를 아시는 걸까요? 당혹스럽습니다. 전 이런 분을 뵌 적이.... 제가 머뭇거리는 사이 여성분은 저와 초아씨도 가리켰어요.


 "이분들도 일행인 듯 하니 밖으로 모셔주시죠."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정중하게 남자들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내팽개쳐져 버렸어요. 계단 위를 거의 구를 뻔 하게 밀쳐져 나와 보니  이미 쫓겨나와 있던 효성언니와 민아 씨는 여전히 인사불성으로 산만큼 나온 배를 움켜쥔 채 계단 위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계세요. 아...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쪽도 고생이 심하시겠어요."


 돌아보니 초아 씨가 이해한다는 듯 피식 웃으시며 저를 바라보십니다. 그렇네요. 뭔가 위로감이 몰려옵니다. 이런 게 동질감? 그렇게 부르는 거죠? 


 "아니에요. 그래서 좋아하는 건데요."


 그동안 답답하게 쓰고 있던 공룡탈을 벗으며 한껏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결에 머릿결을 쓸어 올렸습니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햇살은 눈부시네요. 왠지 나쁘지 않은 기분입니다. 아침시간 내내 기대했던 달콤한 데이트도 감동적인 세상구경도 아니었지만 왠지 홀가분한 기분이에요. 그나저나 초아 씨, 저를 너무 뚫어져라 바라보고 계세요.


 "저...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 그러고 보니 아까 그건 정말 죄......."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어딘가 낯이 익다고 생각해서요. 미안해요."


 고개를 갸웃거리시던 초아 씨는 이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저 밑에 쓰러져 있는 민아 씨에게 다가가 업어들고는 저를 돌아보셨어요.


 "그럼.... 오늘 제대로 점심도 못 드신 것 같은데 저랑 식사하러 가실래요?"

 "네?"

 "식사요. 그 공룡탈 쓰고 계속 먹지도 못 하고 계셨잖아요."

 "아...."


 그렇네요. 저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예뻐 보인다고 아침도 안 먹었고... 


 "괜찮겠죠? 폐가 되는 건 아닐런지...."


 끄응차. 뭐라고 자꾸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시며 눈에 별을 그리고 계신 효성언니를 들쳐 업고는 초아 씨를 바라보았어요. 초아 씨가 그런 저를 보고는 또 상냥히 웃어 주시네요. 


 "괜찮지 않겠어요? 가끔은 이런 바보들을 떼어놓고 식사하는 것도."


 그러고는 초아 씨는 유유자적하니 걸음을 옮기셨어요. 황급히 따라 나서는데 초아 씨의 입술 새로 흥얼거리듯 구성진 노랫가락이 들려옵니다. 저도 어느새 그것이 너무 흥겨워 더듬더듬 그 가락에 맞춰 노래를 불렀어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노랫소리가 참으로 온 몸 구석구석에 적셔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효성언니. 역시 바깥엔 좋은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아니면 단순히 저에게 운님이 함께 계시는 걸까요? 아무튼 전 더더욱 세상 밖을 알고 싶어졌어요. 언젠가 언니와 함께 마음 편히 손을 붙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너무 걱정시키지 좀 마세요. 여자를 울리고 먹는 식사는 배탈 난다고요!


 ......아참. 근데 아까 발포됐던 그 대량의 배탈 약은 어떻게....?


 -꾸르르륵~


 언니이이이이이이!!!!!!!!!!!!


.


.


.



 여자를 울리고 먹는 밥은 배탈 난다. ...fin




***


 '오늘부터 란파루루~★' 세계관의 여섯 번째 이야기이자 '마네킹이어도 괜찮아', '투아에 놀러오세요~' 의 다음 이야기입니다. '투아에 놀러오세요~' 를 쓸 때 언급했던 것처럼 물론 귤연의 이야기도 착실히(?) 쓰고는 있습니다만 어쩐지 콱 막혀 버려서 머릿속을 환기시킬 겸 적게 되었습니다. 물론 요즘 컴백한 시크릿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외면할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서도요.


 아무튼 '투아에 놀러오세요~' 를 쓸 때도 밝혔지만 효성과 초아, 민아는 같은 대학의 서로 알지 못 하는 선후배 사이인데다가 활동공간이 겹치므로 언젠가 서로 얽히는 에피소드가 반드시 등장할 거란 생각에 짧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사건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이 송마네라는 캐릭터는 뭐랄까 묘한 마력이 있어서 이상하게 이 아이만 가지고 글을 쓰면 물론 내용적으로는 짧은 글들 뿐입니다만 너무도 글이 술술 써내려가는 분위기라 이렇게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이참에 초아도 한 번 더 쓸 수 있고....


 후반부에 잠시 나온 모델 같은 여성분은 헬로비너스의 '나라' 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귤연에 헬로비너스 멤버들이 나올 예정이므로 거기에 연관된 설정입니다만.... 정말 잡덕잡덕 하네요. 


 아무튼 너무도 순식간에 써내려간 글이라 별 볼일 없습니다만 송마네라는 이유만으로도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빨리 귤연의 이야기를 이어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저는 이만~ 총총.